1. 시대적 배경
이탈리아는 지중해 가운데 위치한 반도로, 북쪽엔 알프스산맥이 있고 동남향의 지중해 쪽으로 흐르는 포강(Po river)이 있다. 남쪽에는 테베레강이 있는데 이 강의 하류에 기원전 8세기경에 라틴족이 고대 로마를 세웠다. 이탈리아반도에는 다양한 민족이 분포되어 있었는데, 북쪽에는 골인(Gauls), 에트루리아인, 중부는 라틴족, 남부는 그리스, 시칠리아섬은 카르타고인이 정착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지리적 특성은 고대 로마사의 전개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북쪽의 알프스산맥은 안전한 방패 역할을 하지 못했고 삼면이 바다라는 개방적인 해안의 조건은 외적의 침입을 용이하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고대 로마는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했으며 그 결과 고대 로마의 황제들은 장군과 정치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했다. 지하자원은 풍부하지 않았으나, 토지가 비옥하여 고대 로마는 거의 전 시기에 걸쳐서 농업을 주요 기반 산업으로 유지하였다.
테베레강 남쪽의 라티움 평야에서 모여 살던 주민들이 에트루리아인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로마를 건국했으며 그 후 5세기 동안 군사력을 기반으로 이탈리아의 통일과 지중해 지배까지 국가 발전을 이어갔다. 시저(Julius Caesar, B.C. 102~B.C.44) 때에는 지금의 프랑스 지역인 골(Gaul), 영국(Britania)을 완전히 점령하였다. 그러나 시저가 죽자 강력한 로마의 정치조직이 붕괴 시작하였고 게르만족이 보다 적극적으로 로마 영토를 침략해 들어왔다. 이들 외에 북방의 고트족, 프랑크족, 앵글족, 색슨족, 푼족 등 여러 민족이 남하하여 로마 제국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고 이 결과 로마 제국은 A.D.395년 동서 로마로 분리, A.D.476년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폐위됨으로써 오랜 역사를 이어온 로마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고대 로마 문화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제성으로, 로마인은 현재의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는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성행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것보다는 실용적이고 조직적인 면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도로나 상하수도 같은 토목공법과 의학, 과학 기술, 법률이 발달한 것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절충적 성격으로, 그리스 문화를 기본으로 하여 그 위에 에트루리아, 고대 이집트 등의 문화를 흡수하여 한층 종합적이고 보편적인 형태로 체계화한 것이다. 세 번째는 문화적 교량 역할로, 그리스 및 그 이전의 고대 문명을 유럽으로 확산시킨 것이다. 로마에 의한 고대 문명의 '유럽화'는 라틴어를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라틴어는 여러 유럽 언어의 뿌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대 철학 사상을 보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고대 로마는 활발한 정복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노예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는데, 이는 로마의 경제구조를 변화시켰다. 풍부한 노동력 덕에 산업은 발전하였고, 정복지로부터 진귀한 장식품, 직물들이 들어와서 생활은 사치스러워졌다. 빈부 격차가 생기면서 귀족, 평민, 노예의 계급이 형성되어, '로마 시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사회 규율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계층 차별이 존재하여 복식이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기능을 더하게 되었다.
로마의 종교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고대 로마 때는 여러 고대 신들을 숭배하였으나 콘스탄티누스 1세(A.D.306~337) 황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그 이후에는 모든 고대 신에 대한 숭배를 배척하였다.
2. 복식
1) 토가(toga)
로마의 대표적 의복으로, 한 장의 옷감으로 몸을 감싸거나 두르는 드레이퍼리형 의복으로, 그리스의 히메이션과 에트루리아의 테베나의 발전된 형태이다. 처음에는 남녀 모두 착용하였으나, 공화정 말기 혹은 제정 시대 이후부터는 관직을 가진 남자들만 입는 관복으로 정착하였다. 초기 토가의 크기는 발목까지 오는 길이에 폭은 길이의 2~3배 정도로 신체를 가릴 정도였으나, 공화정 말기에는 로마의 공식 복이 되면서 크기는 더욱 방대해지고 색과 장식, 착용 방식 등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명칭도 다양화되었다. 토가는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반영하는 의복으로서 그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 토가 프라에텍스타(toga praetexta) : 황제, 성직자, 집정관이 입었음. 하얀색 반원형 모직 천에 폭이 7~10cm인 직선의 자색 장식 선이 있다.
- 토가 픽타(toga picta) : 황제나 개선장군이 입는 공복이다. 자색의 실크에 금사로 수를 놓은 화려한 토가이다.
- 토가 캔디다(toga candida) : 관직에 오르길 희하는 사람들(candidate)이 입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아무 장식도 없는 하얀색 토가로, 청렴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하얀색 가루를 덧발랐다고도 함.
- 토가 트라베아(toga trabea) : 황제, 점술가, 사제들이 예복으로 입은 토가이다. 소형이 대부분이고 하얀색에 자색의 선 또는 붉은 줄무늬가 있다.
- 토가 비릴리스(toga virilis) : 로마 시민이면 누구나 착용하던 아무 장식도 없는 토가로, 양모의 자연색 그대로 토가를 만들어 입었으며 토가 푸라(toga pura)고도 한다.
2) 튜니카(튜닉의 라틴어 명칭)
노동자들이 입을 수 있는 유일한 옷으로 활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매를 없애기도 했다. 초기에는 두 장의 패널을 맡대어 목이 나올 곳만 남기고 옆 솔기와 어깨솔기 부분을 합봉하여 입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옷이었으나, 후기에는 옷 길이가 길어지고 소매가 달려 T자형이 되었으며 허리에 띠를 매어 착용했다.
튜니카의 세그멘테는 튜닉의 어깨나 옆 도련에 위치하는 사각이나 원 모양의 장식 모티브이며, 클라비 장식은 튜닉의 어깨에서 밑단까지 색이 있는 수직선의 장식으로 계급을 나타냈다. 로마 사회는 의복으로 신분을 드러냈기 때문에 서로 다른 형태의 다양한 튜니카가 존재하였다.
- 튜니카 팔마타(tunica palmata) : 황제나 개선장군이 토가 픽타와 함께 입음. 자색 옷감에 금사로 수를 놓은 화려한 튜니카이다.
- 튜니카 라티클라비아(tunica laticlavia) : 집정관, 원로들이 착용함. 하얀색 바탕에 자색 클라비가 장식된 튜니카이다.
- 튜니카 인테리어(tunica interior) : 속옷 역할을 하는 튜니카로 언더 튜닉(under tunic)이라고도 함. 여성은 튜니카 혹은 스톨라 밑에 속옷으로 착용하고 남성은 겉옷 튜니카 밑에 받쳐입었다.
(3) 달마티카(dalamtica)
달마티카 지방에서 만들어진 튜닉형 의복으로 초기에는 그리스도인이 착용했다. 십자가 모양의 천을 반으로 접어 옆선을 꿰매고 목둘레를 만들었는데, 후에 옆선이 사선으로 변화되어 양옆으로 퍼지는 형태로 재단 상의 발전을 보여 가슴둘레가 잘 맞고 스커트는 넓어졌다. 모직물, 마직물, 면직물을 소재로 사용하다가 기독교가 공인된 후에 귀족 계급이 입기 시작하면서 더욱 화려해졌다. 의복의 표면에는 기독교의 성화를 주제로 하는 문양이 표현되기도 했다. 튜닉과 다른 점은 소매통과 옷의 품이 넓고 옷 길이가 더 길며 세그멘테 장식이 없다는 점이다.
(4) 스톨라(stola)
그리스의 키톤과 같은 의복이다. 여자들은 스톨라를 튜니카 인테리어 위에 입거나 위의 두 가지를 동시에 착용했다. 초기에는 모직물을 사용했고, 후기에는 붉은색, 푸른색, 황색의 면직물과 마직물 등을 사용하였으며 금사로 수를 놓기도 했다. 옷의 길고, 소매는 없는 것과 팔꿈치 길이인 것, 긴소매 등이 있었으며, 가슴 바로 아래에 띠를 매거나 엉덩이둘레에서 한 번 더 띠를 둘러 입는 형태였다.
(5) 외투
① 팔라(여성)·팔리움(남성)
튜니카나 스톨라를 입고 그 위에 두르는 드레이퍼리형 의복으로, 그리스의 히메이션에서 유래했다. 로마 여성은 팔라를 머리까지 둘러 입기도 하여 베일을 겸하였는데, 머리에 감아 쓰는 것은 팔리오룸(palliolum)이라고 하였다. 어깨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이며 모직물, 마직물, 실크를 사용하였다.
② 파에눌라(paenula)
토가 다음으로 로마의 모든 계층에서 착용했던 판초형 외투이다.
③ 라세르나·라에나
라세르나(lacerna)는 직사각형이나 반원형의 천을 어깨에 걸치고 피불라로 고정시켜 입었던 의복이며, 후드가 달린 것도 있었다. 라에나(laena)는 보온을 위한 반원형 외투이다.
④ 팔루다멘툼(paludamentum)
그리스의 클라미스가 변형된 것으로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의 천을 오른쪽 어깨나 앞 중심을 장식 핀으로 고정하여 입었다. 비잔틴 시대에는 지배계층의 공식 의복으로 지정되어 화려하게 발전하였고 튜닉 위에 착용했다.
⑤ 사굼(sagum)
로마 군인들이 주로 착용한 방한용 외투의 일종이다. 형태는 그리스의 클라미스와 같다.
(6) 속옷
① 수부쿨라(subucula)
로마 남자들이 언더 튜닉과 함께 튜니카 안에 입었던 속옷이다.
② 튜니카 인테리어(tunica interior)
언더 튜닉(under tunic)이라고도 하며 맨몸 위에 입었다. 발목까지 오는 길이의 튜닉이며 여성은 실내복으로 착용했다. 초기엔 모직물을, 후기에는 면직물과 실크를, 제국 후기에는 속이 비치는 얇은 소재를 사용했다. 외출시에는 그 위에 스톨라를 착용하였으며, 여자들은 스톨라를 입기 전에 가슴 보정용으로 넓은 밴드로 된 스트로피움을 착용하기도 했다.
③ 스트로피움(strophium)
가슴을 받쳐 주는 역할을 하는 속옷으로 로마 여성들이 착용하였으며, 튜니카 인테리어 안에 입었다. 주로 운동할 때 착용하였고 소재는 마직물이다. 브래지어의 시초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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