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대적 배경
지중해에 있는 커다란 섬인 크리트는 B.C. 3000년경부터 B.C. 1200년경까지 지중해 동쪽의 크레타섬과 그리스의 미케네, 소아시아의 트로이를 잇는 삼각형의 에게해를 중심으로 번성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이집트와 소아시아의 문명을 그리스에 전달하는 교량 역할을 했으며, 활발한 해상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였다.
섬나라인 크리트는 여름이 길고 강수량이 적어 맑은 날씨가 계속되며 겨울에도 온화한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가뭄에 강한 포도나 올리브 등의 아열대 작물을 주로 재배하였다. 정치는 왕정 체제였고 노예제는 있었으나 계층 간의 차별이 심하지 않았으며 상형문자를 사용하였다. 사람들은 개방적, 향락적, 현세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크리트의 예술은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쳤으며 화사한 색채와 율동적인 선이 특징이었다.
2. 복식
1) 개요
크리트의 복식은 몸에 밀착하지 않는 드레이퍼리형 의복을 착용했던 이집트나 그리스와는 크리트만의 독자적인 성격을 지닌다. 고온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와 현세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을 반영한 듯 신체를 드러내는 의복을 착용하였는데, 발달한 재봉 기술을 이용한 입체적 실루엣으로 인체 곡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모계중심사회에서 비롯된 다산과 풍요에 대한 숭상으로 가슴을 드러내고 허리를 조이는 형태의 블라우스에 금속 벨트를 하여 풍만한 몸매를 강조하는 복식 형태를 보였다. 의복의 주된 재료로는 모직물과 마직물이고, 염색 기술과 금속 세공술이 발달하였으며 기하학적 문양과 해양 동물 문양을 많이 사용하였다.
2) 남녀 복식
(1) 로인클로스(loin cloth)
B.C. 2000년경부터 B.C.1200년에 이르는 동안 착용한 남녀의 기본 복식이다. 소재는 모직물이나 마직물이며 한 장의 천을 허리에 두르고 이 위에 가죽이나 금속 벨트를 매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주로 착용하였다.
로인클로스의 형태는 허벅지까지 오는 길이의 간단한 스타일과 앞 중앙이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각이 지면서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형, 또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긴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앞 중심에 술(fringe)이 달린 정교한 것도 있고 마치 카우나케스처럼 양털의 술이 로인클로스 전체에 표현된 것도 있는데 이는 메소포타미아 복식의 영향으로 보인다.
(2) 튜닉(tunic)
남녀 모두가 착용한 의복으로, 짧고 좁은 소매가 달린 T자 형태이다. 라운드 넥라인을 이루고 있으며 기하학적 무늬로 장식하거나 어깨선과 옆 솔기, 밑단에 장식 선을 두르기도 했다. 긴 원피스형의 튜닉은 여자 혹은 제사나 의식을 거행하는 상류 계층에서 착용한 것으로 보이며 짧은 기장의 것은 주로 남자, 군인이 입었다.
(3) 블라우스
B.C.1800년 이후부터 착용하기 시작했으며, 몸에 꽉 끼는 형태로 가슴을 완전히 노출시켰다. 앞을 여미지 않고 가슴과 배를 드러내는 형태와 가슴 아래에서 허리까지 끈으로 고정된 형태가 있었다. 화려한 무늬의 장식을 두르기도 했다.
(4) 스커트
크리트 복식 중 가장 두드러진 의복의 종류이다. 발목을 덮을 정도로 긴 기장에 종(bell) 모양을 이루며, 길이가 상이한 여러 벌의 스커트를 겹쳐 입거나 주름이나 러플 장식이 층층이 있는 티어드 스커트(tiered skirt) 형태와 디바이디드 스커트(devided skirt)와 같은 형태가 있었다. 넓은 벨트를 허리에 둘러서 가는 허리와 풍만한 가슴, 엉덩이를 강조했는데 이는 모계중심사회인 크리트가 다산과 풍요를 숭상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5) 에이프런
로인클로스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여자들은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고 그 위에 에이프런을 둘렀다. 종류에 따라 기하학적 무늬가 있는 것, 술(fringe)이 달린 것, 테두리를 두른 것이 있었다.
3) 헤어스타일과 장신구
남녀 모두 곱슬거리는 컬을 어깨까지 늘어뜨리는 스타일이었다. 여자들은 금, 보석으로 만들어진 머리 장식을 하거나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기도 했으며, 남자들은 모자나 터번을 쓰기도 했다. 금속 세공술이 발달하여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신구들을 다양하게 착용했다. 실내에서는 남녀 모두 맨발이었으며 외출용으로 여성들은 슬리퍼형 샌들이나 굽이 있는 부츠를 신었고, 남자들은 끈으로 묶는 가죽 창을 댄 부츠나 샌들을 신었다.
3. 현대 패션의 응용
1) 형태
크리트 복식의 실루엣은 허리를 조이는 종(bell) 모양의 스커트 때문에 주로 아워글래스 실루엣이나 A라인 실루엣이 나타나며, 이는 여성의 신체의 곡선을 아름답게 해주는 효과를 준다. 가슴 부분을 노출시키는 크리트 특유의 블라우스 형태와 벨 라인으로 퍼지는 스커트의 실루엣이나 티어드 스커트를 이용한 예가 많이 보인다. 또한 현대 패션에서 혀 모양의 에이프런은 크리트 시대의 블라우스와 스커트 위에 둘렀던 착장법을 응용한 것으로, 상의의 도련선이나 스커트의 단선과 장식 선에 에이프런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2) 소재 및 문양
크리트 복식에 사용된 문양은 물결무늬 크고 대담한 기하학적 무늬들이며 이러한 패턴은 현대 패션 전반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또한 크리트 복식의 주요 소재는 마직물과 모직물이었으나, 현대에서는 스커트에 실크, 면직물 등 여러 가지 소재를 사용하여 다양한 실루엣을 연출하고 있다.
3) 디테일 및 트리밍
종 모양이나 티어드 스커트를 착용하였을 때 허리가 가늘어 보이도록 타이트하게 조이는 벨트를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종 모양의 스커트를 이루는데 주로 사용되는 티어드 형태에는 주로 러플과 플레어를 이용하고 있는데, 각 소재의 특성을 살리거나 색상을 이용하여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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