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대적 배경
에트루리아는 중부 이탈리아 아르노강과 테베레강에 둘러싸인 반원형의 지역으로 현재의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 해당한다. B.C. 10세기경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하여 B.C.650년경에는 테베레강에서 알프스산맥에 이르는 북이탈리아 전체와 남쪽으로는 로마까지 세력권을 뻗어나갔었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활발한 해상 무역으로 번영하여 이를 기반으로 한때는 로마를 에트루리아계 왕이 지배한 적도 있었지만 B.C.5세기에 도시국가의 독립과 함께 쇠퇴하기 시작하여 B.C.4세기 초에 주요 도시가 로마에 멸망함으로써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이후에 더 많은 도시국가가 로마에 복속되어 세력이 매우 축소되고 결국 각 도시의 로마화와 유력자들의 로마 이주 등으로 에트루리아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고 언어도 로마 공화정 말기쯤에는 거의 소멸하였다.
에트루리아 지역은 철, 구리, 납, 주석 등 주조 가능한 광물자원이 풍부하여 일찍부터 금속공예가 발달하였다. 에트루리아인이 살았던 이탈리아의 중부지방은 경작이 잘되는 풍요로운 땅이었고, 산악 지대에서는 목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복의 재료로 모직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해안 지대의 큰 도시는 그리스인, 페니키아인과 교역하여 철, 동 등을 수출하였고, 금, 은, 도자기 등을 수입하였다. 이렇게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활발한 교역을 통해 풍속, 복식의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트루리아는 기원후에 로마에 완전히 정복당함으로써 정치적 힘은 잃게 되었지만, 정치, 건축, 문화,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로마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종교에 대해서는 신관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로마 황제들은 그리스도교시대가 시작될 때까지 에트루리아 점성가들을 고용하였다. 또한 당시 벽화에는 향연, 무용, 유희 등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현실에서의 즐거움이 사후에도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그 외에도 로마의 관직 및 건축에서는 아치 양식, 신전 건축, 포장도로, 하수도 등의 여러 부분이 영향을 받았다.
2. 복식
1) 개요
에트루리아의 일반적인 복식 형태는 튜닉 위에 테베나(tebenna)를 걸치며, 여기에 활동성, 드레이퍼리의 우아함, 장식성 등의 가미되었다. 기본적인 의복은 초기에는 넉넉하고 긴 튜닉 위에 숄을 걸치는 것이었으나, 후기에는 그리스의 영향으로 품이 여유 있고 넉넉한 키톤 위에 테베나를 착용하는 우아한 형태로 변화하였다. 또한 의복의 가장자리에 선 장식과 문양 등이 나타났다.
에트루리아의 복식은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으로 지중해의 중심이자 이탈리아반도 입구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고대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고대 이집트, 그리스, 크리트, 소아시아 등)의 복식 양식을 아우르는 종합적 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를 로마에 전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 복식
(1) 튜닉(tunic)
남녀가 모두 착용한 의복으로, 길이는 남자의 경우 무릎, 종아리, 발목까지이며, 여자는 대부분 종아리나 발목까지 내려왔으며, 소매가 짧고 단순한 T자형 원피스였다. 클라비(clavis)라고 불리는 수직 장식선을 넣어 계급을 나타내었으나 나중에는 장식 용도로 목적이 바뀌었다. 얇은 리넨 원단을 사용하여 신체의 곡선을 드러냈을 뿐아니라 속이 비쳤으며, 속옷을 따로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튜닉이 겉옷과 속옷의 기능을 동시에 하였다.
(2) 테베나(tebenna)
남녀 모두가 입었고 원형이나 타원형의 원단을 반으로 접거나 그대로 사용하였다. 주로 하얀색 모직을 사용하였고, 화려한 색으로 선 장식을 넣었으며 상중에는 검은색 테베나를 입었다. 그리스 히메이션(himation)을 계보를 이어 받았으며 로마의 토가(toga)의 전신이다.
(3) 키톤(chiton)
남녀가 모두 착용한 옷이다. 초기 형태는 신체에 여유분이 거의 없는 단순한 튜뷸러실루엣이었으나, 기원전 5세기 이후에는 형태가 좀 더 여유 있고 장식이 가미된 화려한 이오닉 키톤이 널리 착용되었다. 남자의 키톤은 길이가 더 짧아지고 군인들은 가죽으로 만든 짧은 키톤 혹은 크리트의 것과 유사한 로인클로스를 착용하였으며 그 위에 갑옷과 투구를 썼다.
(4) 에펜디트(조끼)
기원전 5세기 이후부터 착용하였고 품이 넓고 여유 있는 이오닉 키톤 위에 에펜디트(ependytes)라는 조끼를 입었다. 모직물로 만들었으며 품이 넓은 키톤 위에 착용하면 안에 입은 키톤이 마치 상의와 하의가 분리된 스커트와 블라우스처럼 보였다.
3) 헤어스타일과 장신구
에트루리아인은 보석을 귀중히 여겨서 상류층 여인은 반지, 귀고리, 목걸이, 팔찌, 벨트, 브로치 등을 착용하였다. 또한 고도로 발달한 금속공예술을 이용하여 신화 속의 인물, 동물, 꽃 등을 얇은 황금판에 새겨 넣기도 하였다.
에트루리아 남자의 헤어 스타일은 짧은 곱슬머리에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여자들은 초기에는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거나 뒤로 묶는 단순한 헤어 스타일이었으나, 후기에는 앞머리는 나선형으로 곱슬거리게 하고 뒷머리를 땋아서 늘어뜨리는 그리스 스타일로 바뀌었다. 모자로는 여성용인 투툴루스(tutulus)가 있는데 이는 그리스의 프리지언 보닛과 비슷한 형태이다. 남자들은 그리스의 페타서스, 프리지언 보닛 등을 썼는데, 가죽이나 펠트 등의 딱딱한 재료를 사용해 원뿔형으로 만들고 앞 챙을 둥글게 접어 올렸다.
신발은 슬리퍼, 샌들, 부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슬리퍼형은 한 겹의 펠트나 천으로 발바닥과 발등을 감싸는 모양이었고, 샌들형은 가죽으로 밑창을 대고 발등은 얇은 가죽끈으로 엮어서 감쌌다. 부츠형은 가죽을 사용하여 발과 발목 위까지 감싸는 형태로 앞이 뾰족하게 위로 올라가게 하였다.
'의류학 - 현대패션과 서양복식문화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세 - (1) 비잔틴 복식 (0) | 2023.02.10 |
---|---|
고대 - (6) 로마 복식 (0) | 2023.02.09 |
고대 - (4) 그리스 복식 (0) | 2023.02.07 |
고대 - (3) 크리트 복식 (0) | 2023.02.05 |
고대 - (2) 메소포타미아 복식 (0) | 2023.02.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