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식
1) 복식의 개요
르네상스 시대의 복식은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시대적 환경으로 인해 극적인 화를 거듭하게 된다. 국가 간의 활발하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한 나라의 복식에 다른 나라의 스타일이 혼재하거나 복합적인 요소를 드러냈다. 유럽 내 복식의 전파는 왕족 간의 결혼을 통해 가속화되기도 했다. 영국 헨리 8세(Henry VIII, 1491~1547)의 첫째 부인이 스페인의 캐서린(Catherine, 1485~1536) 공주인데, 이 혼인을 계기로 스페인 복식의 요소를 영국 복식에 도입하게 되었다.
이로써 중세의 복식은 16세기 초에 넓이와 부피감을 강조하는 르네상스 스타일로 바뀌게 된다. 여성복의 허리선은 다시 낮아지고, 네모진 데콜타쥬(decolletage)와 길게 과장하지 않은 스커트로 대체되었다. 남성의 겉옷은 패드를 사용하여 부피를 강조한 짧은 상의(더블릿, doublet)로 바뀌었으며, 뾰족한 신발은 코가 넓고 네모진 형태로 바뀌었다.
르네상스의 인간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슬래시(slash), 퍼프(puff), 패드(pad) 등을 사용하여 오히려 인체를 왜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16세기 중반에는 신대륙 발견으로 부강해진 스페인이 복식의 유행을 주도했는데, 코르셋(corset) 등으로 허리를 잘록하게 조이고 엉덩이를 부풀려서 강조했을 뿐 아니라 화려한 자수와 보석 장식도 더해졌다.
16세기 남녀 복식의 주요한 특징은 아래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실루엣의 변화 : 14세기까지 기독교의 윤리관으로 인해 고딕양식이 유행했으며, 신체의 곡선을 감추고, 의복의 표면 장식에 치중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게되어 과장되고 왜곡된 실루엣을 강조하게 된다. 여자들은 허리를 조이고 스커트를 부풀렸으며, 남자들은 어깨와 가슴에 패드를 넣어 부풀렸다.
(2) 재단법의 변화 : 실루엣의 변화는 재단법의 발달을 촉진시켰으며, 이를 계기로 중세의 튜닉 스타일이 이 시기에 와서 상의와 하의로 분리되고 재단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3) 복식의 장식 기법인 슬래시 기법과 러프의 다양한 변화, 소매의 형태 변화 : 슬래시 효과는 속옷인 슈미즈(chemise)가 보이도록 발전했으며, 색의 대비를 주는 등 더욱 화려해졌다.
(4) 직물 산업의 발달 : 가내 수공업에서 공장제 수공업으로 생산 체제가 전환되어 직조, 염색 등 기술력이 크게 발전하였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화려하고 섬세한 직물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직물과 장식품이 르네상스라는 시대 정신과 어우러져 이전에는 없었던 화려하고 특이한 형식의 복식이 출현하는 배경이 되었으며, 여기에 종교적 색채는 배제되고 현실 생활에 대한 열정과 인간적 감정이 폭넓게 반영되었다.
2) 여자 복식
16세기 여자들은 마직물로 만든 슈미즈를 속옷으로 입고, 그 위를 코르셋으로 조인 후 스커트를 부풀리기 위한 파팅게일을 입었다. 겉옷으로는 가슴 부위에 화려하게 장식한 스토머커(stomacher)를 대고 그 위에 로브를 착용했다. 칼라와 소매는 로브와 분리되고, 소매와 로브의 연결 부위는 더블릿과 마찬가지로 에폴레트로 장식했다.
(1) 슈미즈(chemise)
로브 속에 입던 튜닉형 속옷이다. 주로 실크나 마직물을 사용해 만들었다. 초기에는 로브의 넥라인이 많이 파였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났으나, 후반에는 로브의 넥라인이 올라가면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소매는 좁고 길었으며, 손목에 러플 장식이 있어 로브의 소매 끝으로 보였다. 슬래시 장식으로 슈미즈가 드러나기도 했다.
(2) 코르셋
상체가 가늘어 보이도록 인위적으로 조이기 위한 속옷이며, 16세기에 복식사상 최초로 등장했다. 프랑스에서는 바스킨(basquine), 코르피케(corps-pique)라고도 불렀으며, 앞이나 뒤트임 부분을 끈으로 조여 입었다. 처음에는 쇠나 가죽으로 만든 코르셋도 있었으나, 점차 기술이 발달하여 여러 겹의 옷감 사이에 심을 넣고 누벼서 허리를 조일 수 있게 만들었다. 16~17로 가면서 약간의 형태 변화는 있었지만 여성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다.
(3) 파팅게일
스커트를 부풀리기 위한 후프(hoop)의 일종으로 프랑스식 원통형과 스페인식 종 모양(원뿔형)이 있다. 영국에는 헨리 8세의 첫째 부인인 스페인의 캐서린에 의해 도입되었다. 초반에는 스페인식 종 모양 파팅게일을 착용했으나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통치 시기에는 프랑스식의 원통형 파팅게일이 유행했다.
(4) 스토머커
가슴 부위에 덧대는 역삼각형의 장식으로, 화려하고 정교하였으며 로브에 끈으로 연결하여 착용했다.
(5) 로브
여자들은 속옷인 슈미즈를 입고 파팅게일, 코르셋을 착용하고 그 위에 로브를 입었다. 초기에는 넥라인이 깊이 파여 사회적으로 비난 받자, 슈미즈로 가리거나 가슴과 목만 가리는 파틀릿(partlet)을 착용했다. 소매는 이중 소매였으며, 손목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였다.
1530년경에는 스페인 복식의 영향으로 로브의 넥라인이 올라가고 칼라에 러플 장식을 했다. 또한 스페인식 종 모양의 파팅게일을 착용하여 스커트 폭은 더욱 넓고 길어졌다.
16세기 중반부터는 프랑스에서는 목부분을 드러내는 부채꼴의 메디치 칼라,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칼라, 스페인에서는 커다란 원형의 러프 칼라가 유행했다.
16세기 후반에는 소매가 윗부분을 부풀린 퍼프 형태였고, 손목으로 갈수록 꼭 맞는 레그 오브 머튼 슬리브가 유행했으며, 손목에는 러플이 넥라인과 조화를 이루며 장식되어 있었다.
3) 남자 복식
16세기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슈미즈를 안에 입고, 그 위에 더블릿(doublet)을 걸쳤으며 아래에는 호즈(hose)를 착용했다. 더블릿 위에는 조끼와 같은 형태인 저킨(jerkin)을 입기도 했으며, 그 위에 코트(coat)나 케이프(cape)를 입었다. 남자 복식의 특징은 어깨와 상의에 패드를 넣어 넓은 어깨를 강조했지만, 하의는 타이트한 호즈를 입어 남자의 위용을 과시한 데에 있다.
(1) 더블릿
16세기 초에는 셔츠를 속에 입고 그 위에 더블릿을 착용했다. 대부분 앞여밈이 아니라 뒷 여밈이었다. 넥라인이 깊이 파여 셔츠가 많이 보이자 셔츠의 넥라인에 장식을 많이 했다.
중기에는 더블릿이 몸에 더 잘 맞았으며 스탠딩 칼라가 달리고 허리선이 약간 내려왔다. 이 시기 이후 앞여밈으로 바뀌게 되며 오늘날 자켓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더블릿의 소매는 어깨와 같이 패드를 넣어 부풀렸고, 여러 형태의 슬래시를 넣어 안에 입은 슈미즈나 안감의 대조적인 색을 보이게 했다. 소매 부분이 불편해져서 점차 여자의 로브처럼 소매를 따로 만들어 상의의 소매둘레에 끈이나 단추로 연결하여 착용했다. 이따 연결 부분을 가리기 위해 작은 날개와 같이 만들어 어깨에 다는 것을 에폴레트(epaulette)라고 한다.
후기에는 스페인의 영향으로 넥라인이 높아져서 러프가 턱밑까지 왔고, 피스코드 밸리(peascod bally)로 배가 불룩 나오게 하는 스타일이 유행했다. 더블릿의 앞트임을 단단하게 여미기 위해 단추를 사용하였고, 화려한 보석을 사용하여 단추를 달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더했다.
(2) 호즈
중세의 양말이 변형되어 호즈가 되었고, 이전의 바지였던 브레(braies)는 반바지 형태가 되었다. 이에 따라 호즈는 위아래로 분리된 어퍼스톡(upper stocks/upper hose)과 니더 스톡(nether stocks/lower hose)으로 정착했고, 어퍼 스톡은 나중에 트렁크 호즈(trunk hose)와 브리치스(breeches)로 정착했으며, 니더 스톡은 긴 스타킹의 형태로 발전했다.
1540년 이후 트렁크 호즈는 슬래시 장식을 하거나 여러 조각으로 이어서 만들기도 했으며, 허리 부분에 구멍을 내서 더블릿에 짧은 끈(포인트, point)으로 고정했다. 트렁크 호즈는 남성의 성기를 감싸는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시킨 코드피스를 끈이나 핀으로 고정했는데, 후기에 슬래시와 자수를 넣는 등 장식을 많이 하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니더 스톡은 편직이 발달하여 몸에 더 잘 맞게 되어 기존 직물로 만든 것에 비해 다리의 매끄러운 형태를 잘 드러냈다. 무릎에는 캐니온즈(canions)라는 무릎 밴드 장식을 착용했다.
(3) 슈미즈(셔츠)
더블릿 안에 입는 속옷으로 하얀색의 실크나 마직물로 만들었으며 풍성한 실루엣의 튜닉형 의복이다. 16세기 초에는 더블릿의 넥라인이 많이 파여 슈미즈의 넥라인에도 장식이 많았으나, 1520년 이후에는 스페인의 영향으로 넥라인이 높아지면서 러플을 많이 잡았다. 후에는 러플이 커져서 셔츠에서 분리되었고 러프 칼라로 발전했다. 셔츠는 슈미즈를 거쳐 오늘날의 셔츠 형태로 정착했다.
(4) 저킨
더블릿 위에 입었던 의복으로 기장은 더블릿보다 약간 길었다. 대부분은 소매가 없었다. 중기에는 스탠딩 칼라를 달았고, 후기에는 단추를 채우지 않고 V형 넥라인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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