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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학 - 현대패션과 서양복식문화사

중세 - (4) 중세 후기 복식(14~15세기)

by 루아맘amber 2023. 2. 14.

1. 시대적 배경

 중세 후기는 농업 중심의 폐쇄적인 봉건 체제의 폐지와 산업 발달로 인하여 도시민의 사회적 세력이 강해졌고, 십자군 전쟁으로 자극받은 서유럽 학문과 예술, 산업 등은 14세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유럽에 안정이 찾아온 시기였다. 

 이탈리아는 무역과 직물 산업이 발달하면서 번창하였으며, 최대의 무역 중심지였던 베네치아, 제노바, 밀라노, 피렌체 등의 도시들은 무역으로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예술 육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피렌체 공화국은 모직공업, 금융업을 기반으로 경제력을 구축하여 15세기에 강대한 세력을 가진 도시국가로 부상하였으며, 메디치 가문을 포함한 이곳의 정치적·경제적 실세들은 적극적으로 예술 활동을 지원하여 14~15세기에 이탈리아에 르네상스가 태동하여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프랑스 왕위 계승 문제를 발단으로 백년전쟁(Hundred Years' War, 1337~1453)을 치르게 된다. 백년전쟁에서 활약한 귀족과 사병들 사이에는 신봉건제라 불리는 사적 주종관계가 형성되었는데, 이는 왕권 주도에 의한 국가 통일의 시작을 의미한다. 백년전쟁 이후 영국에서는 랭커스터(Lancaster, 붉은 장미) 가문과 요크(York, 하얀 장미) 가문의 권력 다툼인 장미전쟁(Wars of Roses, 1455~1485)이 이어졌다. 이로 따 영국에서는 신흥 부유층인 상인 계급이 대두되며 상공업이 번영을 누리게 되는데, 특히 이 전쟁으로 왕위에 오른 헨리 7세(Henry VII, 1457~1509)는 상공업을 장려하고 시민 세력을 육성하는 한편 왕실 재정을 다져 교회 권력을 억압하고 절대왕정을 수립하였다.

 중세 후기에는 동양의 영향으로 수직선의 효과를 강조하는 고딕양식으로 신을 향한 종교적 염원을 담아 교회를 건축했다. 고딕 양식의 건축물은 하늘을 찌를듯한 뾰족한 첨탑, 첨두형 아치와 격자무늬 창문, 화려한 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대표된다.

  이 시기에는 직물 산업이 매우 발전하였고, 특히 모직물은 이탈리아 피렌체, 프랑스의 플랑드르가 우수하였다. 실크는 동양에서 이탈리아를 거쳐 들여오거나, 이탈리아의 생사 생산지인 피렌체, 제노바로부터 수입한 것을 프랑스 등에서 유럽 감각의 직물로 생산했다. 모피는 북쪽 지역에서 수입되어 코트의 안감이나 옷단 등에 사용했다. 이 밖에도 금속, 가죽, 유리 세공 등의 기술이 발달하여 의복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복식은 13세기부터 발달한 입체적 구조를 바탕으로 보다 아름다운 실루엣이 만들어지면서 화려해졌다. 

 

2. 복식

1) 개요

 14세기 복식의 주요한 특징은 첫째로 복식에 뚜렷한 성별 차이가 생겨난 것, 둘째는 몸에 잘 맞는 의복을 만들기 위해 단추를 달기 시작한 것, 그리고 셋째는 문장 복과 부분적으로 색이 다른 옷(parti-colored costume)이 유행한 것이다. 문장복은 마상 경기에서 갑옷과 투구로 온몸을 가릴 때 가문 별로 색과 문장을 다르게 하여 서로를 구별하기 위해 생겨난 옷이다. 좌우의 색이 다른 옷은 귀족 집안의 하인들에게 가문을 나타내는 제복을 입도록 한 데서 생겨났다.

 15세기 초에는 14세기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남녀 모두 우플랑드(houppelande)를 입었다. 상류층의 의례 의상은 매우 화려하였다.

 15세기 복식의 특징은 첫째, 모피를 안감으로 대는 것이 유행하였고 허리띠나 스커트 도련에 방울을 달아 장식한 것이다. 둘째는 높이가 90cm나 되는 에넹(hennin)이라는 고깔모자를 쓴 것, 그리고 셋째로는 복식사상 처음으로 옷을 터놓는 슬래시(slash)가 소매에 도입된 것이다.

 

 2) 남녀 복식

 14세기에는 여자는 슈미즈(chemise) 위에 꼬따르디(cotehardie)를 입고 겉에 쉬르코(surcot)나 망토를 입었다. 남자는 상의는 슈미즈 혹은 셔츠 위에 꼬따르디나 푸르푸앵(pourpoint)을 입고, 하의로는 바지를 입고 그 위에 망토를 착용했다. 중세 말에 처음 등장한 우플랑드는 남녀 모두 착용한 고딕적 감각의 의복이다. 

 

 (1) 꼬따르디(cotehardie)

  몸의 윗부분이 꼭 맞고 앞 중심에 단추가 촘촘히 달렸으며 소맷부리에 티핏(tippet)이라는 긴 띠가 달 것이 특징이다. 14세기 초에는 뒤트임이 있었으나, 중기 이후에는 앞트임이 되었다. 허리는 꼭 맞고 스커트가 길고 풍성한 원피스 스타일로 문장(heraldry)이 수놓아 있으며 남녀 모두 착용했다. 

 

** 문장은 군주나 귀족 계급의 권위를 과시하는 상징으로 대대로 계승되었으며 군사, 정치, 사회, 미술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또한 개인이나 가문뿐만 아니라 도시, 교회, 길드, 대학 등 공동체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등 오랜 역사를 가졌다.**

 

(2) 푸르푸앵(pourpoint) -영어로는 더블릿(doublet)

 십자군 원정 당시 군인들이 갑옷 밑에 입었던 누빈 옷이 원정 후에 겉옷으로 변형, 발전된 형태이다. 초기에는 단추가 없고 품이 넓으며 뒤로 여미는 형태였으며, 허리에 벨트를 둘렀다. 14세기에는 길이가 짧은 남성 상의로 착용하면서 시클라스(cyclas), 시르코와 함께 입었다. 

 동양의 카프탄 스타일과 단추가 14세기 중엽에 도입되면서 그 영향으로 뒤로 여미는 형태가 앞으로 여미는 형태로 바뀌고, 단추를 촘촘하게 달았으며, 길고 타이트한 소매에도 단추가 달렸다. 중세 후기로 갈수록 몸체 부분을 꼭 맞게 하는 입체적 구조가 발달했으며 가슴과 어깨에는 패드를 넣어 부풀렸다. 의복은 새틴, 곱게 짠 모직물 등 화려한 직물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15세기에는 기장이 엉덩이 바로 아래까지 짧아지면서 허리선이 잘록하게 들어가고 윗몸 부분은 꼭 맞는 형태가 되었다. 

 

 (3) 쉬르코(surcot)

 중세 후기에는 꼬따르디 위에 입는 외투 성격의 장식적인 의복으로 정착한다. 따라서 곱게 짠 모직물이나 실크와 같은 고급 옷감으로 만들었으며 14세기 말에는 (여러 가지 색의 자수가 유행하여 문장을 수놓기도 했으나 15세기 말에는 의복에서 문장 장식이 없어진다. 

 

(4) 우플랑드(houppelande)

 우플랑드는 15세기의 대표적인 남녀 공용 의복으로 가장 고딕적인 느낌을 가졌다. 품이 넓고 매우 긴 소매와 귀밑까지 높게 세운 칼라가 달린 코트 스타일의 원피스 드레스이며 기장은 바닥에 끌리는 것부터 무릎 정도 내려오는 길이까지 다양했고, 가장자리에 모피를 덧대거나 슬릿을 넣어 안감의 색이 보이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칼라는 다양한 형태로 변했고, 소매는 점점 넓어져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었고, 소맷부리는 잎사귀나 꽃잎 모양으로 마감하였다. 실크나 벨벳과 같은 고급스러운 원단에 자수나 보석으로 장식하여 귀족과 부유층이 좋아하는 의복이 되었다. 

 

(5) 망토(manteau)

 좋은 모직물이나 실크 등으로 만들어 입었으며, 형태는 직사각형, 타원형, 반원형 등 다양하였다. 망토를 여미는 데 사용하는 브로치는 화려한 보석으로 만들었으며 혼인한 남성은 본가의 문장과 처가의 문장을 망토에 나란히 수놓는 등 다양한 문양이나 자수가 사용되었다. 망토는 14세기 말 우플랑드가 유행하면서 사라지게 된다.

 

(6) 로브(robe)

 로브는 여자 의복으로, 수 세기 동안 입어 온 모든 겉옷이 15세기에 들어서 로브 혹은 가운(gown)으로 명칭이 단일화 된것이다. 상체 부분의 기장이 짧아서 하이웨이스트에 넓은 허리띠를 하고 목둘레가 많이 파져서 가슴이 드러나는 반면에 스커트 부분은 길고 넓게 퍼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로브의 넥라인이 많이 파여서 가슴을 노출하는 것은 당시의 관점으로 보면 파격적인 변화였는데, 젊은 여성이나 유행을 중시하는 여성들은 가슴의 노출 부분을 가리지 않았으나, 나이가 있거나 정숙한 여인들은 속에 슈미즈를 받쳐입거나 얇은 천으로 가슴을 가렸다. 

 

(7) 바지

 브레(braies)라고 불리는 무릎 기장의 바지로 남성들이 입었다. 14세기 남자 상의가 짧아지면서 브레 길이도 점점 짧아졌다. 반면에 바지 밑에 신던 양말인 쇼즈(chausses, 프랑스)나 호즈(hose, 영국)의 길이는 점점 길어져서 엉덩이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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