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대적 배경
제2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급진적인 과학 발전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형성했다. 과학과 산업의 발전은 사회적으로 직물 산업의 발달, 기성복의 보급, 여성의 사회 참여 증대, 스포츠의 확산 등을 불러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복식에도 영향을 미쳐 복식의 현대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직물 분야의 기술 혁신으로 합성염료와 합성섬유가 개발되어 다양한 소재와 색상의 직물이 생산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도시생활이 확대되면서 일상복, 운동복, 사교복, 외출복 등 착용 목적과 상황에 따라 의복을 달리 착용하는 복식의 세분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자 여성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복식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그중 원피스 형태였던 여성 복식에서 남자 복식과 비슷한 투피스 슈트가 등장한 점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복식에서도 실용적이고 간편한 형태를 추구하게 하여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여성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철도의 확장으로 원거리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여가를 이용한 스포츠, 레저 문화가 확산되었으며, 이는 복식에 있어서도 편안한 의상을 요구하게 되어 본격적인 스포츠웨어의 등장을 예고하였다. 이 시기 복식의 변화는 하이패션에서 일반 패션에까지 파급되었다.
2. 복식
1) 개요
여자 복식은 사회적 경향과 남성복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실용적이고 간소한 방향으로 바뀌는데, 거대한 크리놀린 대신 엉덩이를 부풀리는 버슬 스타일(bustle style이 등장하였다. 1890년경에는 버슬이 사라지고 아르누보(Art Nouveau)에 영향을 받은 아워글래스 실루엣과 S자형 실루엣이 나타났다. 어깨를 강조하는 레그 오브 머튼 슬리브(leg of mutton sleeve0가 이 실루엣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1890년대 이후로는 스커트에 주름이나 레이스 장식을 하지 않는 단순한 형태로 변하였으며, 기성복의 발달로 블라우스, 스커트, 볼레로 재킷 등을 함께 착용하였다. 재킷과 스커트를 착용할 경우에는 스탠딩 칼라의 블라우스와 넥타이, 자보(jabot)를 장식했다. 점차 소매는 비숍 슬리브(bishop sleeve)나 타이트 슬리브(tight sleeve)로 변화하였으며, 스포츠 활동을 위한 활동적인 바지인 블루머를 입기도 하였다. 대부분은 블라우스, 스커트, 재킷으로 된 한 벌의 옷을 평상시에 입거나 스포츠 의상으로 착용하였다.
19세기 후기 남자 복식은 18세기말부터 점차 보급되기 시작한 실용적이고 편안한 영국모드가 널리 유행했으며, 당시 정립된 남자 복식의 기본은 19세기말을 거쳐 현재 남성복의 기초가 되었다. 이전 시대의 밝고 화려한 색상에서 차분한 색상으로 정착되었고 직조 기술의 발달로 재료가 고급화되었으며, 재단 기술의 향상으로 코트, 조끼, 바지가 보다 편안하면서도 신체에 잘 맞도록 제작되었다. 상의는 테일러드 칼라(tailored collar)에 길이는 엉덩이 길이이며, 2~3개의 단추로 여밀 수 있는 앞 트임 형태였다. 상의와 하의에 같은 직물을 사용하거나 체크무늬 직물을 사용하였다. 바지는 형태 면에서 이 시기에 완전히 정립되었는데, 다만 바지통의 넓고 좁음의 변화만이 있었다.
2) 남자 복식
(1) 코트
이 시기의 코트는 저녁 모임이나 사교 모임에 입는 정장용과 활동적인 평상복으로 구분된다. 1870년대에는 앞자락이 사선으로 잘린 모닝코트를 평상복으로 착용하였고, 1880년대에는 오늘날의 남성복과 거의 유사한 색슈트(sack suit), 턱시도 코트(tuxedo coat), 혹은 라운지 슈트(lounge suit) 등의 디너 재킷이 등장했으며, 특히 디토 슈트(ditto suit)가 널리 착용되면서 코트는 슈트라는 명칭으로 바뀌게 되었다. 일상복으로는 색슈트, 디토 슈트를 착용했고, 넓은 라펠이 달린 테일 코트는 주로 저녁 모임이나 사교 모임에 입었다. 1880년경부터 몸판의 앞뒤에 맞주름과 벨트가 있는 노퍽재킷(norfolk jacket)이 유행했다. 노퍽재킷은 스포츠용 재킷으로 하의는 무릎길이의 바지인 니커보커스(nicker-bockers)와 함께 착용했다.
(2) 셔츠
평상복 셔츠는 앞면에 풀을 먹여서 빳빳하게 했고, 스탠딩 칼라의 앞 끝을 접은 형과 오늘날과 같은 셔츠 칼라형이 공존했다. 셔츠의 칼라와 커프스는 탈착이 가능하도록 기능성 구조로 고안되었다. 주로 하얀색을 사용하였고, 옅은 단색, 줄무늬, 작은 문양의 면이나 마직물로 만들었다. 이 시기는 나비넥타이(bow tie)를 대중적으로 사용했으며, 정장용으로는 U자형 디키(dicky; 탈착이 가능한 셔츠의 가슴 부분 장식)를 보석 단추로 고정시켜 착용했다. 1880년경에 현재 와이셔츠의 기본 재단과 거의 같은 형태의 셔츠가 등장했다.
(3) 조끼
조끼인 베스트는 예복으로도 착용했으며, 칼라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라펠이 좁은 것과 넓은 것 등 그 형태가 다양하였다. 또한 싱글이나 더블 여밈이 많았으며, 보통 코트와 같은 직물을 사용하거나 줄무늬, 체크무늬 등의 모직물을 사용하여 옷 전체에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4) 바지
1870년대의 바지는 폭만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변화가 있었을 뿐 기본적인 형태에는 변화가 없었다. 보통 체크무늬나 줄무늬 직물로 만들었고, 정장용 바지에는 바지 옆선에 공단으로 브레이드 장식을 했다. 바지는 세기말에 가까워질수록 편안한 형태로 변화하였고, 1890년대 이후 날씬한 다리 선을 나타내기 위해 처음으로 바지주름이 등장했다. 무릎길이의 니커보커스는 노퍽재킷과 함께 승마, 골프, 사냥 등의 스포츠복으로 착용했다.
(5) 외투
외투는 엉덩이 길이 또는 무릎길이의 여러 형태가 있었으며, 1870년대에는 이전 시대부터 입었던 체스터필드 코트가 유행했다. 이것은 디토 슈트나 색슈트 위에 입을 수 있도록 박스스타일(box style)이었고, 1880년대 이후 더 인기가 있었으며 오늘날까지 착용하고 있다. 서민들은 안팎의 색을 달리 한 인버네스케이프를 착용했는데, 1870년대부터 등장하여 여행, 비올 때나 극장에 갈 때 착용했다.
3) 여자 복식
19세기 후기 여자 복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870~1890년대의 엉덩이 부분을 강조한 버슬 스타일과 1890~1910년대의 S자형 스타일이다.
(1) 가운
1870년대에 접어들자 크리놀린 시대의 거대한 스커트 부풀림은 점차 엉덩이 쪽으로 몰려 버슬 스타일로 바뀌었다. 버슬 스타일이 등장한 초기에는 크리놀린 스커트의 폭이 다소 줄어들었으며, 1880년대부터는 스커트의 강조점이 엉덩이로 점차 옮겨져서 1885년에는 엉덩이 부분이 거의 직각이 될 정도로 돌출되어 버슬 스타일의 절정기를 맞이했다. 직각으로 돌출되었던 큰 버슬은 1888년이 되면서 그 크기가 줄어들었으며, 1890년경에는 아워글래스 실루엣을 거쳐 S자형 실루엣으로 바뀌었다.
버슬 스타일이 사라지고 나면서부터, 1890년에서 1910년까지 20년 동안은 여성 의복이 단순해지는 과정을 밟는다. 1893년 시작된 경제 공황으로 인한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장식이 줄었으며, 강조점은 스커트에서 소매로, 엉덩이에서 가슴으로 옮겨갔다.
1890년에서 1900년까지 약 10년 동안 허리는 조이고 어깨와 스커트 단이 넓어진 아워글래스 스타일이 유행했다. 특히 어깨를 강조하기 위해 레그 오프 머튼 슬리브가 다시 등장했으며, 장식이 사라진 단순한 스타일이 주를 이루었다.
1900년에 접어들면서 의복에서 부풀림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S자형 스타일로 전환되었다. S자형 스타일은 엉덩이 부분은 부드럽게 맞으면서 밑단 쪽으로 플레어 지고 트레인이 끌리며 가슴은 앞쪽으로 튀어나와 옆에서 보면 S자형으로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1897년경 소매가 축소되어 관심의 초점이 엉덩이로 이동했다. 자연스러운 엉덩이 라인을 만들기 위해 고어드스커트가 주를 이루었다.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고 아랫배가 납작한 S자형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서 옆모양이 S자 형태가 되도록 보강된 코르셋을 착용하여 형태를 더욱 강조했다. 실루엣의 유연함과 운동감을 더하기 위해 스커트 길이가 길어져 바닥에 끌렸으며, 치마 밑으로 화려한 프릴이 달린 페티코트를 입었다.
이 시기에는 영국의 남성 모드 영향과 여성의 사회 진출로 남성복을 응용한 테일러드 투피스 또는 쓰리피스 형태의 의복도 크게 유행했다. 활동이 편안하고 기능적인 투피스 혹은 쓰리피스형의 테일러드슈트는 남성복과 흡사했으며, 1890년대에 많은 여성들이 실용적인 이 의상을 착용했다. 이와 더불어 1850년대 블루머 여사가 개발한 블루머도 운동용 바지로 보편화되었다.
가운의 재료로는 무겁고 두꺼운 브로케이드 대신 시폰, 오간자, 조젯, 크레이프, 얇은 리넨, 레이스 등 주로 가볍고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하여 실루엣을 더욱 강조했다.
(2) 속옷
슈미즈, 페티코트, 드로어즈 등은 고급스러운 레이스와 우아한 자수로 장식하여 사치스러워졌다. 페티코트는 19세기말에 스커트가 좁아지면서 껴입는 옷의 수도 줄었고, 코르셋은 이전 시대보다 길이가 길어져 가슴에서 엉덩이까지 조였으며 앞에서 훅으로 잠그고 뒤에서 끈으로 조여 입었다. S자형 스타일 시대에는 옆에서 봤을 때 S자처럼 보이는 코르셋을 착용했다.
(3) 외투
19세기말 여자 외투로는 돌먼 슬리브(dolman sleeve)가 달린 재킷과 프린세스 라인으로 재단된 르댕고트가 유행했다. 버슬 스타일을 덮을 수 있도록 뒤에서 보면 케이프처럼 보이는 넓은 소매와 털로 장식된 플리스(pelisse)도 인기가 있었으며, 저녁 모임에서는 화려한 소재로 풍성하게 재단된 이브닝코트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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