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대적 배경
크리놀린 스타일 시대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황제가 즉위할 무렵인 1850년부터 1870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나폴레옹 3세는 전쟁과 식민지 개척 등으로 프랑스의 지위를 강화하고, 자본주의와 식민주의 체제의 균형을 유지하며 산업혁명 발전에 주력했다. 당시 프랑스 이외의 유럽 각국은 눈부신 산업발달을 이루고 있었는데,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1851년 박람회는 세계 각국에서 무역과 제조업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1850년에 이르러 의류산업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는데, 대표적으로 1846년 휴의 재봉틀 발명을 들 수 있다. 이는 1855년에 개량되어 대량 생산됨으로써 봉제 기술의 큰 발전을 가져왔다. 또한 1871년에 버터릭이 창안해 낸 종이 패턴은 의복 구성기법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나폴레옹 3세는 로코코 양식을 동경하여 자신의 궁을 18세기 루이 16세와 같이 화려하게 꾸미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였다. 부르주아 계층 역시 자본주의 체제에서 급성장하여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황실을 포함한 상류층에서는 고급 직물로 만든 화려한 의상을 착용하고 무도회를 여는 등 18세기의 생활양식을 모방하였다. 이러한 로코코 시대에 대한 동경은 여성 복식에 크리놀린이라는 거대한 스커트 버팀대를 탄생시켰다. 크리놀린으로 부풀린 스커트에는 프린지, 주름, 리본, 레이스, 자수로 장식하여 더욱 우아하고 아름답게 꾸몄는데, 이는 당시의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여성 복식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크리놀린의 크기는 점점 거대해져 1860년경에는 그 크기가 절정에 이르렀으나, 그 이후 자연주의와 실용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의복도 점차 실용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그 결과, 크리놀린의 크기가 줄어들고 장식도 감소되면서 점차 버슬 스타일로 변화되어 갔다.
2. 복식
1) 개요
나폴레옹 3세가 즉위한 제2 제정 시기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물질문명의 표상인 자본주의의 전성기로 복식의 발전이 가장 두드러진 시기였으나, 남녀 복식 모두 형식상으로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남성복의 경우 재킷과 바지에 새로운 재단 방식이 도입되어 기술적으로 발달했으나, 형태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전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러나, 여성복은 복식 역사상 가장 거대한 스커트 형태가 등장한 시기였다.
이 시대의 패션리더로는 나폴레옹 3세와 결혼한 스페인 출신의 유제니 황후(1853~1870) 황후를 들 수 있는데, 당시 많은 추종자 황후의 우아한 차림을 모방했다고 한다. 당시 유럽 패션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워스가 유제니 황후의 의상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는 상류층 귀부인과 유럽의 왕족들을 주 고객으로 독창적인 디자인의 의상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직물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
1856년 합성염료가 발명되면서 직물 염색의 발전에 큰 박차를 가하게 되며, 그 결과, 크리놀린 스타일에 적합한 다양한 색상이나 문양으로 프린트된 직물들이 대량생산되었다. 영국의 직물 산업 발전으로 프랑스의 직물 산업도 더욱 확장되어, 여성복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직물의 선택 폭이 넓어졌으며 의복의 종류도 다양화되었다. 젊은 여성들은 모슬린과 론(lawn)을 애용하였으며, 이브닝드레스에는 주로 면직물을 사용했다. 여름 의복에는 체크무늬나 줄무늬가 있는 깅엄(gingham)을 주로 사용하였고, 겨울 의복에는 플란넬과 서지 등 여러 가지 모직물을 많이 썼다. 부유층의 야회복에는 실크와 새틴, 벨벳, 태피터, 레이스와 값비싼 모피 등이 사용되었다.
2) 여자복식
(1) 크리놀린
'새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크리놀린은 철제의 둥근 테를 크기대로 연결시켜서 마치 새장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1850년대부터 치마를 부풀리기 위해 착용했다. 등나무 줄기나 고래수염으로 누벼 만들었으며 둥근 돔형이었다가 1860년대에는 피라미드형으로 바뀌었다.
크리놀린은 보통 하얀색, 갈색 등의 뻣뻣한 천으로 만들어졌으며, 고급 크리놀린은 마직물 대신 실크, 울, 캐시미어로 말 털과 함께 짜서 만들었다. 처음에는 언더스커트를 여러 벌 겹쳐 착용하여 스커트의 부풀림 효과를 내었으나, 스커트를 더 많이 확대하기 위해 철사로 만든 새장과 같은 틀을 고안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과정을 통해 크리놀린은 페티코트뿐 아니라 틀을 포함한 스커트 버팀대 모두를 가리키는 의미가 되었다.
크리놀린은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착용하였고, 허리 부분에 벨트와 끈이 있어 몸에 맞도록 조절할 수 있으며, 입고 벗기에 편하도록 뒤 혹은 옆에 약 30센티미터 길이의 트임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크리놀린 위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페티코트 스커트를 겹쳐 입었다.
(2) 가운
이 시기 가운의 기본적인 실루엣은 X자형으로, 허리를 코르셋으로 타이트하게 조이고 스커트는 크리놀린으로 부풀렸다. 1850년대 초기에는 스커트 형태가 돔형이었으나, 1860년대로 갈수록 피라미드 형으로 넓게 퍼졌다. 넥라인은 대부분 레이스 장식이 있는 둥근 형태였으며, 특히 볼 가운(ball gown)은 목둘레가 깊이 파여있어 어깨가 드러났으며 버서 칼라(bertha collar)를 달았다. 소매는 벨 슬리브, 타이트 슬리브가 많았고, 후기로 갈수록 비숍 슬리브와 퍼프 슬리브가 유행하였다.
1850년대 가운의 스커트는 티어드 형이며 수평으로 여러 줄의 플라운스 장식이 있었고, 1860년대 이후에는 보디스와 스커트가 연결되어 재단된 프린세스 가운이 등장했다. 승마할 때 착용한 라이딩 아미(riding habit)는 테일러드 재킷과 스커트로 구성되며 셔츠, 타이, 실크 햇 등 남성복 요소가 도입된 여성복의 예로 볼 수 있다.
가운에는 태피터, 브로케이드, 실크, 오건디, 모슬린 등을 주로 사용하며, 문양으로는 여러 가지 줄무늬의 기하학적 문양과 자연 문양, 전통 문양 등을 많이 사용하였다.
(3) 외투
외투(mantle, burnouse)는 넓게 퍼지는 스커트 형태가 유행하자 몸에 맞는 코트형 외투보다는 모직물로 만든 사각형이나 타원형의 커다란 숄이 유행하였다. 숄 외에 다양한 길이의 후드나 칼라가 달린 망토도 착용하였다.
3) 남자복식
(1) 코트
1820년경 남자들의 기본 복식은 신분에 관계없이 프록코트를 착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848년 이후에 프록코트는 궁정복으로만 남게 되었고, 오늘날의 재킷과 형태가 유사한 박스형의 색코트(sack coat)로 변화하였다. 색 코트는 오늘날의 남성복에 가까운 형태로 여유 있는 박스형 라인에 소매통이 넓었다.
1850년대 말에는 코트와 조끼, 바지가 같은 옷감으로 만들어진 디토 슈트(ditto suit)가 소개되어 19세기 후반에 크게 유행하였다. 디토 슈트는 신체에 잘 맞게 재단된 현대의 양복과 매우 유사한 남성용 슈트로, 넉넉한 소매통에 칼라와 라펠은 작고 단추의 위치가 높았다.
(2) 베스트
이 시기의 베스트는 대부분 허리길이였으며, 여밈은 싱글과 더블 두 가지 형태였다. 숄칼라나 롤칼라가 달렸으며, 꽃무늬나 줄무늬의 실크 혹은 벨벳으로 만들었다. 1855년 이후에는 3~4쌍의 금단추를 단 길이가 짧은 조끼를 입었다.
(3) 바지
1850년대 이후의 바지는 색 코트와 조화를 이루도록 통이 약간 넓고 길이는 발등을 덮을 정도로 길어졌다. 바지 부리의 스트랩은 없어졌고, 다른 색상의 테이프를 옆 솔기에 덧댄 바지도 나타났다. 스포츠용 바지인 니커보커스(knicker bockers)는 무릎길이로 무릎 바로 아래에서 버클이나 고무줄로 고정하였으며, 자전거 타기, 사냥, 등산할 때 착용하였다.
(4) 셔츠
하얀색의 면직물이나 마직물로 만들었고, 높은 스탠딩 칼라에 가슴 부분에는 터커 장식이 있었다. 1870년에는 칼라의 양끝을 세우지 않고 접으면서 목의 움직임이 편해졌으며, 이브닝 셔츠에는 앞부분에 프릴 장식을 달았다. 1850년 이후에는 오늘날과 같은 넥타이 형태가 정착되어서 보통의 넥타이는 낮에, 나비넥타이는 이브닝용 또는 정장용으로 착용하였다.
(5) 외투
외투는 허리선이 맞는 형태와 박스 형태가 공존하였으며, 풍성한 소매에 케이프가 달린 외투도 있었다. 1850년대의 르댕고트는 다양한 길이로 허리가 꼭 맞고 허리 아래에서 플레어 지는 X자형 스타일이었다. 짧은 길이의 체스터필드 코트는 박스형으로 싱글 또는 더블 여밈이었다. 여행할 때나 외출용 코트로는 손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케이프가 달린 크고 여유 있는 오버코트인 인버네스케이프(inverness cape)를 착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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